작은 행동, 큰 결과

일요일의 기지개

이터널러너 2025. 5.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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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이 떠졌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기지개를 길게 켰다. 이불을 정리하고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무섭다.(하남자특 공기청정기 스위치 누름)

 

세수하러 가는 길에 습관처럼 양치질을 하며 카톡을 열었다.
아빠에게서 온 메시지가 제일 먼저 보였다.

 

“저번에 니가 쓰던 컵, 아빠랑 엄마 것도 주문해라.”

 

곧바로 “네” 하고 답장을 보낸 뒤, 익숙한 누구나 아는 그 팡에서 스테인리스 빨대가 달린 텀블러를 주문했다. 세척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위생적이고 무엇보다 치아를 보호할수 있어서 좋다. 또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종이빨대에 먹으면 맛있는 음료도 쓰ㄹ..)

 

다른 메시지를 보려던 순간, 눈에 익은 프사가 보였다.

전 여자친구였다. 두달만에 카톡이 와있었다.

사진 한 장. 부산의 어딘가인 듯했다.
그리고 한숨 쉬는 누렁이 이모티콘.
짧은 메시지였지만 묵직한 내용을 담은 톡이 뒤따랐다.

 

"다시 만나줄래요?"

 

순식간에 나의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이 월요일아침 출근길마냥 복잡해졌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몇일은 고민해봐야할 문제였다.

두 달 동안 마음이 다 정리됐다고 믿었는데, 막상 이렇게 연락이 오니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차단하거나 무시했을텐데 나이를 먹으니까 생각이나 행동에 뭔가 더 신중해진 것 같다.

외로움 때문에 판단이 흐려질 일도 없는게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기 때문에 '너 아니어도 상관없다' 라는 마인드라서 이것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사귀는 동안 10살이나 차이났지만 나에게 너무 잘해줬기 때문이다.(예쁜외모도 한몫했다

 

이럴때 여사친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야 너 오늘 약속 없는거 다 아는데 집에 있지말고 밥이나 먹자. 11시 30분까지 나 태우러 우리 집 ㄱㄱ"

 

일요일에는 몸보신을 해줘야한다. 우리는 맛집으로 소문난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갔다.

 

주차장은 만차였고, 웨이팅이 있었지만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서 15분동안 덕담(욕)을 주고 받았다.

 

"어휴 어제 또 술마셨구만~ 술냄새! 또 어떤놈이랑 마셨냐?"

"안마셨어! 그리고 나 있다가 소개팅하러 가야한다~"

"그 남자가 너 쌩얼을 봐야하는데 ㅋㅋㅋ"

 

그렇게 한참 떠들고 있으니 이모 한분이 오셔서 "20번 손님 들어가실께요"

 

우리는 노릇 노릇 익어가는 장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야 새벽에 전여친한테 카톡이 왔어. 한번 봐바"

친구는 익숙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핸드폰을 가져갔다.

 

"저번에 술 때문에 헤어졌다고 했잖아. 그리고 걔는 너 여사친 있는 것도 싫어했고, 그게 해결 안되면 다시 만나도 똑같이 헤어질걸?"

"맞어. 초반에 사귈 때는 다 이해해주는 줄 알았는데, 갈수록 간섭이 심해지고 잔소리도 많았어."

"그럼 답 나온거 아냐?"

 

단순하고 명확한 한마디였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다시 만나도 그 성격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

게다가 전여자친구는 자기 사업을 하는 똑 부러진 사람이었다.

내가 자기계발을 열심히 했던 이유도 전여자친구의 영향이 컸다. 항상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해야 한다며 같이 머리를 맞대며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냈을때 나는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혼까지 간다고 했을때 나는 일본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직장인인 나보다는 사업하는 여자친구가 벌이가 아무래도 더 좋으니까 주도권이 없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요즘 소개받아 만나는 여자도 있다. 아직 사귀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중이다.(나는 고백같은거 안한다. 아니 못해 손발이 오그라들어!)

그녀는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맞벌이 안하면 힘들어서 못살겠지만 그녀는 부모님 찬스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이 양육비를 다 대주신다고 했다. 대신 신혼집을 그 근처에 차리는 조건으로...(아 이건 좀)

 

소개팅녀는 나와 결혼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결혼생각이 없다. 그리고 이 여자 성격이 급하다.

나는 지금처럼 한달에 2~3번씩 만나면서 내 삶에 집중하는게 더 좋다.

 

어릴때 주식을 살때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마구 샀더니 돈이 다 사라졌다.(내 돈 다 어디갔누?)

그 이후로는 어떤 투자든 쉽게 빠지지 않는다. 최대한 신중하게 고민하고 리스크가 크다면 투자를 하지 않고 안전한 투자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물론 좋은것이지만 그 사랑에 빠져서 휘둘리거나 허우적 거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샀을때 바로 오르는 주식처럼.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잘해주는 여자에게만 관심을 둔다. 짝사랑 같은거는 어렸을때 많이 해봐서 ㅋㅋ

 

차갑게 판단하고, 천천히 움직인다. 인내심은 돈을 벌어다 준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나와 여사친은 장어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후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kt멤버십 vvip는 한달에 한번씩 블록팩 4가지 또는 파인트를 공짜로 먹을수 있다. 멤버십 포인트로 아이스크림을 구매한후에 여사친과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말했지? 증권회사 다닌다는 그 남자는 아니야~ 그리고 증권회사에서 하는 일은 앞으로 ai가 다 가져가기 때문에 그 남자는 비전이 없다고!"

"근데 잘생겼잖아~ 그리고 밥먹을때 얼마나 예쁜데..."

"정신차려. 너 키큰 남자 좋다매 그 남자 172라면서~"

"몰라 잘생긴게 최고야."

 

그렇다 여사친은 아주 지독한 얼빠다. 내년 6월전까지 결혼해서 날 떠난다고 말했지만 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사친은 능력도 좋고, 착하다. 화장을 하면 좀 봐줄만 하긴한데 난 같이 찜질방에 가본적이 있어서 ㅋㅋㅋ

오늘 오후에 또 소개팅을 한다고 하는데 좀 괜찮은 사람이 나와서 얘좀 데려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고, 나는 집으로 와서 샤워를 마친후에 레몬수와 요거트를 만들었다. 

 

약간 혐오스럽게 비벼지긴 했지만 그 안에는 브라질넛, 아몬드, 호두, 마카다미아, 블루베리, 꿀까지 들어간 최고의 간식이다.

레몬수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칼로리도 없으며 피부와 피로회복에 매우 좋다. 단, 빨대를 이용해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치아가 부식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복에 마시기 보다는 식사 후에 마시는 것이 위를 보호 할 수 있다.

 

벌써 일요일 오후다. 평화롭고 조용한 한가로운 일요일이 될 줄 알았건만...

전여자친구의 카톡과 새로운 인연 그리고 결혼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읽고 싶던 책도 있었지만, 오늘은 마음이 책을 거부한다.

OTT나 보면서 쉬다가 기분이 좀 나아지면 러닝이라도 하러 나갈 생각이다.

 

머리복잡할때는 달리는게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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