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6시, 집에서 가까운 파스타 가게로 향했다. 소개팅이 있는 날이었다. 걷는 내내 마음이 약간 들떠 있었지만, 동시에 긴장도 됐다. 이 가게는 조명이 은은하게 어두웠고, 벽에 비친 간접조명 덕분에 분위기는 조용하고 아늑했다. 중간중간 걸린 그림들은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줬고, 덕분에 조금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졌다.창가 쪽은 4인석이라 앉을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2인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지금 주차해놓고,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XX님 맞으시죠?" 뒤돌아보니, 그녀가 서 있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짙고 단정한 검정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