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퇴마록은 처음이자 마지막 오컬트 판타지 소설이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어렴풋이 기억속에는 각각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신념을 가지고 악령과 맞서는 모습이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는 소식과 개봉 기념 틀별판으로 밀리의 서재에 출간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존버합니다. AI 말고 성우들이 읽어주는 퇴마록 제발요..)
아티젠 예술 감상모임의 회원중 한 분께서 이 영화를 같이 볼 사람들을 모집했지만, 쉽게 모이진 않았다.

이미 영화로 한번 나와서 희대의 망작으로 퇴마록 팬들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겼으니까..
그렇게 벙은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대로 끝인가.. 혼자서는 도무지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먼저 본 사람들이 하는 재밌었다는 말도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임회원의 용기있는 리더십 덕분에 난 극장에서 퇴마록을 볼 수 있었고 그 솔직한 후기를 당장 보고싶지만 또 다시 트라우마가 생길까봐 망설이는 분들에게 바치겠다.(영화를 다 보고 난후 배고픔이라는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우리는 구마야식을 거행했다. 성수도 한잔씩 했다!)

작화에 대한 생각
음..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나에겐 불호였다. 박 신부는 범죄도시의 그분이 생각났을 정도로 곰 같은 괴력과 맵집을 가지고 있었다.(물리치료사 아니.. 물리퇴마사라고 해야 하나?)
나머지 캐릭터들도 원작에서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배경이나 연출은 기대이상이었고, 특히 악령들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컬트스럽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캐릭터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캐릭터점수: ★★☆☆☆
배경점수: ★★★★☆
악령점수: ★★★★★
원작에 충실했는가?
짧은 러닝타임의 한계가 느껴졌다. 차라리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등장인물의 서사가 거의 없다 보니 캐릭터들이 붕 뜨는 겉도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특히, 승희.. 왜 나온 거냐 대체?
그리고 현암도 너무 뜬금없었고, 이렇게 다 생략하다 보니 영화가 그냥 단순해졌다고 해야 하나..
원작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몰입이 잘 안 되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퇴마록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상당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원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서사를 자세히 다루기엔 시간이 부족했을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다 생략해 버리면..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었지만 나에겐 특히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성우와 음악
듣기 좋은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였다. 캐릭터는 불호였지만 베테랑 성우들의 맛깔난 목소리덕에 개성을 챙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아쉬운 연기는 있었지만 상당히 무난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기억에 남는 OST는 없지만 주관적으로 봤을 때 오컬트 분위기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총평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뭔가 철학적인 메시지나 캐릭터 각자의 신념 같은 걸 기대했던 탓인지 살짝 허탈하기도 했다.
그래도 글로벌 애니메이션 회사의 10분의 1 규모의 제작비로 이정도 퀄리티를 뽑아낸것은 인정해야겠다.
아케인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만든 TV애니메이션인데 그 작품이랑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는 안난다고 할 수 있다.(국뽕 치사량이 아니고 정말 냉정하게 아케인 그 정도 아니야~)
넷플릭스 보고있나? 제작비 투자해서 TV시리즈로 만들어주세요~ 다시 구독할께요!
12세 이상 관람가 치고는 고어하고 공포스럽고 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 걱정된다.(트라우마 생길 수도..)
스토리 부분은 깊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처럼 원작의 깊이 있는 스토리를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하실 수 있다.
또한 퇴마록 자체가 처음이라면 밀리의 서재에 애니메이션 특별출간이 돼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원작을 읽어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사전지식이 있다면 좀 나을지도..)
결국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볼 만한 영화인 것은 분명하고 특히 희대의 망작이었던 영화 퇴마록(1998)과 비교한다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릴적 추억의 IP로 좋은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어주신 제작사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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