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랑했던 그녀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지 못했다.
그래서 함께 카페에 가도 늘 차를 마셨다.
그녀는 주로 캐모마일이나 자스민을 선택했고, 나는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히비스커스를 골랐다.
차는 향으로 마신다고들 하지 않던가.
하지만 나는 비염이 있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차 맛도 그리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시럽을 살짝 넣어 마셨다. 설탕은 언제나 옳다.
우리는 서로를 참 많이 닮아갔다.
사랑이란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나 역시 카페인이 든 음료는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함께 먹으며 몸을 정화했다. 그것은 곧 습관이 되어버렸다.
사실 돌아보면, 내가 커피를 마셨던 건 단순히 잠을 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커피를 마셔도 금방 졸렸고, 밤이 되어도 푹 잘 수 있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명상을 했다. 나에게 커피는 필요 없는 존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이 8시간이라면, 7시간만 자고 나머지 1시간은 명상에 쓴다. 침대에 누워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지고, 온몸에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신다. 그리고 하루종일 전혀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은 왜 다들 커피를 그렇게 마실까. 모두가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괜히 청개구리 처럼 반대로 행동하고 싶어졌다.
굳이 마시지 않아도 내 삶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물론 사람들과 카페에 가면 어색하지 않기 위해 커피를 시키긴 한다. 다만, 대부분은 1/3쯤 마시고 남긴다.
어느 날, 그런 커피를 그대로 둔 채 집에 가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옆자리 지인이 그걸 보더니 점원에게 부탁해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 나에게 건넸다. "너무 많이 남아서 아깝잖아"라며. 고맙긴 했지만, 사실 고맙지 않았다. 마시지 않을 것을 들고 나오는 그 어색함, 참 묘했다.
요즘도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또한 커피맛을 모른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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